세원소식

「매일신문」 세원그룹 김문기회장 인터뷰
2018-11-26 김현정
첨부파일

'회사는 곧 제2의 가정' 생각 30년간 노사분규 없이 상생

 

 

연매출 2조원을 눈앞에 둔 최고경영자가 직원들 생일에 손수 미역국을 끓여준다. 자동차부품 산업의 선도기업인 대구 세원그룹 김문기(72) 회장의 인생 한 장면이다. 남은 것이 아닌, 가진 것을 나누는 참된 경영인, 김문기 그의 따듯한 리더십은 어디서 시작됐고, 어디까지일까?

그는 광복 직후 포항시 북구 청하면 소동리에서 자수성가한 선친의 3남으로 태어나 한학을 가르친 부모님으로부터 겸손과 예의를 익히며 자연스럽게 인성을 쌓았다. 대륜고와 영남대를 나와 국내 굴지의 섬유업체인 태광산업에 입사하면서 그의 기업가를 향한 힘찬 발걸음이 시작됐다.

 

이곳에서 그는 '세상에 안 되는 일은 없고 하면 된다'는 신념을 배웠다. 10년간의 회사 생활을 정리하고 선친과 형님이 운영하던 주유소와 윤활유 판매업을 맡았다. 가업 승계라는 말이 달갑지 않았지만 병환 중인 형을 대신해 오로지 일에만 몰두했다. 하지만 열정이 넘쳤던 그는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제조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자신이 잘 아는 섬유에 대한 고민도 했지만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기계공업이 발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종합장치산업인 자동차부품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사업 초기 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공장시설이 낙후한데다 제대로 된 식당도 없고, 현장 바닥에 낚시 의자를 놓고 전체 조회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은 적자를 면치 못해 부친에게 사업자금을 지원받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한 번은 선친께서 자동차를 한자로 써 보라고 하셨지요. 자동차의 ''()도 모르면서 돈을 쏟아붓느냐며 호되게 나무라셨습니다. 한자를 모른다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자신이 일하는 분야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이셨죠." 김 회장은 그때의 가르침을 깊이 깨닫고 혼과 정성을 다해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겠다고 약속했다.

 

1985년 회사 설립 이후 한 번도 노사분규를 겪지 않았고, 1997년 외환위기 때에도 단 한 명의 감원도 없이 어려움을 이겨냈다. 그 당시 노조에서 스스로 구조조정 및 임금삭감을 제안했지만 김 회장은 오히려 격노하며 "지금 당장 힘들다고 가족 같은 종업원을 떠나게 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회사는 곧 제2의 가정이다'는 임직원들의 생각이 모여 30년간 단 한 차례의 노사분규도 없이 신바람 나고 가족적인 분위기 속에서 노사화합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세원그룹의 자랑이다. 김 회장은 '사람이 곧 재산이다'는 경영철학을 가지고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최고경영자이면서도 퇴근길에 스스럼없이 말단 직원들과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주고받으며, 직원 생일 때는 직접 미역국을 끓여 주는 인간미를 잃지 않고 있다.

 

현재 세원그룹은 9개 계열사와 국내외 4천여 명의 종업원을 두고 있으며 연매출 2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는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다. 그래서 '모든 해법은 현장에 있다'며 현장 중시 경영을 기업의 핵심가치로 삼고 있다. 30년 동안 출근하면 작업복을 입고 공장장과 함께 곧바로 현장으로 가는 일을 하루도 빠트린 적이 없다.

 

그래서일까. 세원그룹 직원들은 자부심이 대단하다. 직원들은 회사 유니폼을 최고의 패션으로 여길 만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입고 다니는 것을 자랑스러워 한다. 지난 2010년 미국법인에서 생산직 사원 150명을 뽑는데 4천여 명이 몰려와 CNN방송에서 화제 가 되기도 했다는 일화가 있다.

 

어린 시절 고향을 떠나온 김 회장은 수구초심을 잃지 않고 있다. "항상 그리움과 애틋한 마음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자주 고향을 찾았지만 지금은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고 고향에 친인척이 없어 자주 가보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지요. 그러나 고향을 방문했던 시절 도시생활의 삭막함에 지친 저에게 따듯한 격려와 온정을 베풀어주신 집안 어른들이 계셔서 어려운 환경에서도 지금까지 세원그룹을 이끌 수 있었습니다."

 

그는 고향에 대한 애잔함을 이렇게 표현했다. 김 회장은 끝으로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져야만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정진할 것"이라며 "자주 찾아뵙지는 못하지만 항상 고향분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풍성하고 넉넉한 인심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항 이상원 기자 seagull@msnet.co.kr

 

매일신문 페이스북 / 온라인 기사, 광고, 사업 문의 imaeil@msnet.co.kr 매일신문사,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전글 [세원정공] 노동절, 제 24회 대구광역시 노사화합상 수상
다음글 [매일신문] 영남대, 덕운 김문기 장학금 수여식
상단으로 이동 버튼